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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erature

세 갈래 길 (La Tresse)

by 나물곰 2021. 6. 4.

이 책의 한글 제목은 "세 갈래 길"이지만, 원재는 "La Tresse" 입니다. 프랑스어 사전을 찾아 보니 세갈래로 땋은 머리라는 뜻을 가지고 있더군요. 여기서는 3명의 각기 다른 나라에 사는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의 스미타,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줄리아, 캐나다 몬트리올의 사라. 이 세 여성은 공통적인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바로 사회적인 관념에 고통 받고 있었다는 사실이죠. 하지만, 각자의 방법으로 그러한 관념을 극복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 극복의 방법을 이어주는 건 바로 "La Tresse" 입니다.

세명의 여성 중 가장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 건 스미타입니다. 인도의 최하위 계층으로 보이는 스미타는 다른 사람들의 배설물을 치우는 일을 하고 있고 남편인 나가라잔은 쥐를 잡는 일을 했습니다. 그 쥐를 먹으면서 가족은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스미타는 그 운명에 순응하지 않고 딸을 자기와 같은 삶을 살지 않게 하겠다는 일념하게 학교를 겨우 보내게 됩니다. 하지만, 첫날부터 딸은 부당하게 선생님에게 매를 맞고 돌아옵니다. 남편은 그냥 순응하면서 살자고 하였지만, 스미타는 그렇게 고향을 떠나 티루말루 산위의 신전으로 가서 가난한 사람들이 주로 바치게 되는 자신과 딸의 머리카락을 잘라 신에게 바치면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됩니다.

두번째 여성은 시칠리아의 줄리아입니다. 그녀는 아버지의 공방에서 일합니다. 그 공방은 가발을 만드는 공방입니다. 그곳에서 열심히 일하던 줄리아는 우연히 도서관에서 만난 카말과 연애도 시작합니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갑자기 교통사고로 쓰러지게 되고, 그 와중에 공방의 상황을 알게된 그녀는 시칠리아에서 더 이상 머리카락을 구하지 못하여 공방이 곧 문을 닫아야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러다가, 카말이 인도에서 머리카락을 수입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그동안의 전통을 깨뜨리고 머리카락을 수입하여 가발을 만들게 됩니다.

"다른 사람이 반대한다고 해서 네가 가고자 하는 길을 포기하지는 마. 너 자신에게 한 약속을 지켜야 해. 넌 의지가 굳은 아이야. 나는 네 능력과 힘을 믿는단다. 끈질기게 밀고 나가야만 해. 삶이 네 몫으로 중요한 일을 마련해 놓았어."

p.249 아버지가 인도의 머리카락을 수입해서 가발을 만드는 것에 대한 반대에 부딪힌 줄리아에게

세번째 여성은 캐나다의 변호사 사라입니다. 예쁜 아이와, 고급 주택,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을 가졌지만 갑작스럽게 암진단을 받게 됩니다. 그 사실이 알려진 뒤로 회사에서도 내쳐지게 되고 점점 그녀가 꿈꾸던 삶과 멀어지게 되고 좌절하게 됩니다. 그러나, 다시금 마음을 잡고 머리를 밀고 가발을 씁니다. 그 가발은 줄리아가 스미타의 머리로 만든 가발입니다. 그녀는 그 가발을 쓰며 탈무드의 구절을 떠올립니다. "한 생명을 구하는 자가 온 세상을 구한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 로펌과 차별에 대해 싸울 것이고 그와 동시에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입니다.

"병과 싸우면서 자신을 방치하지는 말아요. 자신을 존중하는 것도 회복을 위한 투쟁이니까요. 거울에 비친 당신의 모습이 당신의 동맹군이어야지, 적이어서는 안 돼요."

p.284 병과 싸우는 전사같은 여성이 사라에게 가발가게를 알려주면서

여성들의 이야기라고 치부하기 전에 잘 살펴보면 주어진 어려운 상황에 포기하고 순응하지 않고,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한 세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자신이 속해있는 사회의 고정관념, 당연시 하는 문화 등에 쉽게 순응하곤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록 그것이 불의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에 손가락질 받을 것을 두려워하여 침묵하고 맙니다. 그렇게 살지 않고 이겨내는 세 여성의 삶을 보면서, 어떤 사람들은 희망을 가지게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이겨내려고 하는 많은 사람들이 곁에 있음을 깨달아야 겠죠. 저에게도 닥쳐올 지 모르는 이 어려운 일들이 저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게 나중에 얼마나 큰 힘이 될지 상상하기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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